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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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영화 속의 사랑을 꿈꾸며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운명같은 사랑에 빠져 그저 해일같은 순간을 지나쳐 안온한 공간에 갇혀버리는 듯한.

이제는 그걸 꿈꿀 나이도 지났고, 더이상의 설레임이 즐거운 나이도 지났다.

평온하게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거나, 나의 하루하루에 어떤 것들이 자리잡아야 현실적으로 안정적일지 고민하는 때다.

꿈을 꾸며 마치 내가 그렇게 된다면을 평생의 숙제로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꿈을 꾸는게 사치일정도로 피곤함에 익숙해져 어두운 세상이 더 익숙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변한다는게 예전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변한다는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야한다는 말인 것 같아 겁이난다.

 

하지만, 오늘같이 조금은 딴 생각이 하고싶을땐 예전의 나를 생각한다. 무엇도 두렵지 않고, 꿈꾸며 세상을 나아가던 나를.